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높이와 품격 높이와 품격 열 살 무렵, 내가 피아노를 아무렇게나 막 치고 있으면 고등학생 형들이 와서 신기한 듯 보고 있다가 말하곤 했다. ‘자범아, 누가 너 피아노 몇 치냐고 물으면, 천 친다고 해라.’ 자기들끼리 깔깔대고 웃는데, 그게 무슨 뜻인지는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당구를 접하면서야 알.. 2014. 11. 15.
믿고 놀기 믿고 놀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조차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. “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앞에서 춤추는 건 그냥 ‘쇼’죠? 미리 다 연습을 해 놓았으니까, 사실은 지휘자가 없어도 되는 거잖아요?”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. “만일 나와 전혀 연습이 안 되어 있는 오케스트라면.. 2014. 11. 1.
멜랑콜리가 필요한 사회 멜랑콜리가 필요한 사회 얼마 전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‘다이빙 벨’이란 작품이 상영되었다. 불과 200여석짜리 상영관에서 단 두 번 상영되는 것이다. 첫 회는 평일 오전 상영인데도, 일찍부터 매진이어서 기자들도 관람하기 어려웠단다. 표를 못 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밖에서 발을 .. 2014. 10. 19.
어색함에 익숙한 사회 어색함에 익숙한 사회 내가 중학생 때는 항상 머리에 빛나는 후광을 달고 다니시던 분이 주창하신 ‘질서운동’이란 걸 해야 했다. 이른바 ‘선진조국 창조’라는 위대한 꿈을 실현하겠다는 그분의 투철한 의지를 듬뿍 담아 하사하신 고육책, 아니 교육책이었기 때문에, 우리는 열심으.. 2014. 10. 4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