맛을 기록하는 법
맛을 기록하는 법 사물에 내재한 참된 맛을 ‘멋’이라고들 한다. 돌아가신 내 선생님 아르프 지휘자는 그야말로 멋진 분이셨다. 선생님은 음악을 제대로 하려면 청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에 충실해야한다며, 그림, 시, 요리, 와인, 향수 등 온갖 것들을 가르치셨다. 하루는 당신을 ‘카푸치노 메이킹 일인자’라고 자칭하시며, 다방커피와 필터커피가 주류이던 90년대 한국에서 온 내게, 손수 에스프레소를 뽑아 카푸치노를 만들어 주셨다. 그 황홀한 맛에 반한 나는 곧 열심히 카푸치노를 배웠다. 갈아낸 콩 굵기, 우유 지방함유량, 거품비율, 컵 온도까지. 이년쯤 뒤 내가 정성껏 만든 카푸치노를 올려드리자, 선생님은 눈감고 그 맛을 한참 음미하시더니 눈을 짓궂게 한번 찡긋하고는, 마치 작위 수여식을 하듯 엄숙한 목소리로 “..
2020. 7. 29.